오늘의 겉 멋's
거진 1년 만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힘들었고, 그랬다. '최선'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구멍이 뚫리도록 꾸욱 꾹 눌러 써가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그저 시간만을 믿으며 묵묵히 걸었다. 8월. 감사하게도 바랬던 것들 대다수가 이루어졌고, 나는 익숙한 번아웃에 빠졌다. 그렇게 4주를 와식생활로 보내다가 점차 '막학기'라는 현실이 강하게 자각되면서, 다소 합법적 성격을 띠는 이 방탕한 생활도 9월을 마지막으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슬슬 좀이 쑤시던 참이었다.) 타지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매번 부산행 KTX를 탈 때마다 '아, 그냥 내리지 말고 부산으로 쭉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래서 인턴을 마치고 부산으로 혼자 여행이나 갈까 했었다. 그러다, 정..
있어빌리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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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하나 차렸습니다😅 「버터 쿠키」
???: 쿠키... 좋아해? 나: (콰작콰작) 미ㅏ앙, 뭑락ㄱ고 햏어?? ???: ...아냐 신경쓰지마 ... 내가 빵 다음으로 좋아하는게 과자다. 나를 비만의 위기에서 구제해주는 것이 단 하나 있다면, 그것은 마트까지 걸어가야 하는 귀찮음이 아닐까... 그래서 그냥 만들어봤다. 수제 버터 쿠키 Homemade Butter Cookie 내가 만들었지만, 참 괜찮단 말이지... 지금까지 내가 시도한 베이킹 중에서, 난이도 대비 만족도가 최고였다. 그냥 박력분하고 설탕하고 이것저것 쓰까쓰까 한 다음, 한 두 시간 정도 얼렸다가 꺼내서 썩둑썩둑 썰어 구우면 끝! 얼마나 쉽냐하면ㅡ 소싯적 아이클레이 꽤나 쭈물럭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을 만큼의 난이도라는 것. 만들기도 쉽고 비주얼도 나쁘지 않아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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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 만들어 두고두고 꺼내먹는 [블루베리 샌드&티라미수]
거의 몇 달 동안 시험준비하느라 주구장창 일기만 겨우 쓰다가, 그 마저도 한 달을 놓아버렸었지. 덕분에 이 블로그의 정체성은 점차 '일기장'으로 굳어져만 갔다. 뭐 그게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그치만 지난 몇 달 간, 의식의 흐름대로 사진도 막 넣어가면서 써내려가는 '블로그 다운(?)' 포스트를 올리는 걸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지난 고통의 공백기동안 마냥 공부만 한 건 당연히 아니었고, 멍도 때리고 딴짓도 하고 죄책감에 몸부림도 치면서 이냥저냥 살아갔더랬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상을 영위하던 중, 어느 날 미치도록 단 게 땡기더라. 보통 땡기는게 아니라,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 찾듯. 나는 비흡연자지만, '담배 땡긴다는 기분이 이런건가...?' 싶었다. 안 그래도 만성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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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봐요! 바질의 숲' (스위트 바질 키우기)
이 블로그를 예전부터 알아온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취미를 가지고 있는 지 알 거다. 정답: 일 벌이기 음식 만들기. 파스타 같은 향신료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양식을 만들 때마다, 항상 가지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생 허브'. 나는 항상 말린 바질이나 파슬리, 오레가노를 써왔었다. 그런데 언젠가 부모님께서 생 바질을 사 오셨길래, 조금 썰어서 넣어보니 이거슨 신세계...! 비주얼은 물론이고, 음식의 향 자체가 달라지더라. 방송에서도 셰프들이 굳이 집에서 싱싱한 허브를 키우는 이유가 있었다. 갓 재배한 파릇파릇한 허브를 잘게 다져서 향을 끌어올리고, 마지막 플레이팅에 어린 잎 하나를 뿅! 하고 올려놓으면 그게 그렇게 있어보이더라구. 그래서 샀다. 산책 겸 집 근처에 있는 꽃집에 가서 둘러보는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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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덕후의, 초코덕후에 의한, 초코덕후를 위한 [에르뚜아 쇼콜라 케이크]
어제는 동생의 생일이었다. 이번 생일은 그 친구가 20살이 되고 나서 처음 맞는 생일인지라, 특별히 고객의 니ㅡ즈를 최대한 반영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형 대접 좀 받게. 음... 문제는, 내가 그 '니즈'를 반영할 만큼의 실력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케이크를 딱 자르면 초코가 막 우와아아ㅏㅏ 쏟아지는 그런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데, 그런 케이크를 시도하다가는 내 멘탈이 쏟아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최대한 내 능력껏 초코덕후인 동생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난이도의 케이크를 막 모색해봤고,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에뚜아르 쇼콜라' 케이크다. 에뚜아르 쇼콜라 케이크 Étoile chocolat '에뚜아르 쇼콜라'라는 이름은 별(éto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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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주의) 마카롱을 그렇게 마카묜... [레몬 마카롱]
일전에 마카롱이 어마무시하게 유명세를 탔던 때가 있었따. 마치 대만 카스테라나 매운치즈갈비마냥, 여기 저기서 마카롱 이야기가 튀어나왔고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마카롱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시큰둥ㅡ 했었는데. 그런데 어느 날, 아는 후배가 선물로 마카롱을 보내줬었고,나는... 하와와,,, 이것은 디저트 세계관 최강의 겉바속쵹인 것이다... 겉의 표면은 바사삭 부서지는 동시에, 쬰득한 속살과 부드럽고 달콤한 필링의 조화라니... 하지만 그 크기에 비해 거만하리만치 비싼 마카롱의 가격 탓에, 나는 그만 '차라리 내가 만들고 말지'라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의 포스팅은, 후회의 눈물을 머금은 주마등 쯤 되시겠다. 레몬 마카롱Lemon macaroon Ingredient 꼬끄 아몬드가루 50g, 슈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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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력분 짬처리 특집 [초코칩 모카스콘]: 베이킹파우더 없이!
홈베이킹의 단점을 몇 가지 꼽자면, 1. 재료비가 은근 비쌈. 2. 오래 걸림. 3. 귀찮음. 4. 진짜 귀찮음. 5. ㅇㅓ우 귀찮ㅇ아ㅏㅏ 쯤 될텐데, 그 중 가장 곤란한 것은 이전에 썼던 재료가 남았을 때다. 남들이 봤을 때 홈베이킹을 하면 돈이 조금 절약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재료 값이 꽤 나간다. 게다가 베이킹 레시피의 90%는 오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세를 무시할 순 없다. 또 인건비를 절약한다지만, 그 인건비를 내 몸뚱아리로 메꾼다는 것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여하튼, 재료가 남는 것 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재료가 비쌀 경우다. 나의 경우에는 '밀가루'인데, 뭐 밀가루가 비싸봤자 얼마나 비쌀까 하겠지만 내 건 좀... 다르다. 보통 시중..
어 나 이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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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유료구독을 하라고...? ("삑- 환승입니다")뉴욕타임즈에서 전해드립니다: 2020.05.30 12:11
세 줄 요약: NYT: "한 달 지났으니까 돈 내고 구독 해" 구독 경험자들 후기: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랬어요..." "삐빅- 환승입니다" 예전부터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들락날락거리게 된 뉴욕타임즈. 보통 언론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유롭게 기사를 볼 수 있으니까, '고퀄리티의 영어문장도 얻고 세계적인 소식도 얻고 완전 개꿀이자나?' 싶어 시작한 것이 벌써 어언 한 달... 오늘 아침도 포스팅 공부를 위해 눈팅을 시작하려던 찰나. 갑자기 로그인을 하라는 화면이 뜨더니, 로그인을 하라니까 한 달 무료 기간이 끝났단다. 구독을 해야만 앞으로도 계속 기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보통 언론사 사이트는 무료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싶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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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스러져도, 그들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NYTimes]뉴욕타임즈에서 전해드립니다: 2020.05.28 11:34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모두의 재난이다. 모두가 고통받고, 또 모두가 미래를 위해 버티고 있다.그러나 바이러스가 수많은 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와중에도, 최전선에서 혹은 뒤편에서 끊임없는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있어 사회는 미래를 희망할 수 있었다. 이번 기사는 팬데믹 사태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영양사, 요리사들의 이야기이다. 1918년 팬데믹, 아픈 이들을 먹여 살렸던 그녀. 그녀의 유산은 계속 살아 숨 쉰다."She Fed Her Sick Flock During the 1918 Pandemic. Her Legacy Lives On." 기사는 과거 1918년에서 1919년까지 세계적으로 독감이 창궐했던 때에, 아일랜드 해안을 따라 멀리 떨어진 반도의 집까지 굶주린 이들을 위해 음식을 싣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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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서도 '인종 격차'는 존재했다" [NYTimes]뉴욕타임즈에서 전해드립니다: 2020.05.26 13:29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국적,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여행, 경제활동, 교육, 사교를 위한 모임 등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렸던 가장 기본적인 일상 조차 이제는 사치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된 바에 의하면, 이러한 팬데믹 사태에 따른 피해 조차 특정 인종에게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연방정부의 차별적인 자금지원에 대해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바이러스는 당적을 가리지 않는다(The coronavirus DOES NOT DISCRIMINATE between political parties)'며 비판한 바 있는데... 당적은 가리지 않는다는 코로나바이러스. 그러나 그 피해가 인종마다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어떻게 Covid-19가 인종차별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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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hundred, thousand." [NYTimes]뉴욕타임즈에서 전해드립니다: 2020.05.25 16:46
포스팅이 많이 늦었다. 이번 포스팅은 좀 오래 걸렸는데, 충분히 그럴 만 한 가치가 있었다.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어제 뉴욕타임즈의 1면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작고한 10만 명 중 천 명의 이름들로 채워졌다. 어떠한 사진이나 그래프 없는, 그저 빽빽한 글자로만 말이다. 오늘 필자가 소개하려는 기사는, 'An Incalculabe Loss'라는 어제 자 뉴욕타임즈 1면 기사다. 굳이 이 기사를 선택한 이유는 그저 기사가 독특하고 화제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기사로 하여금 스스로가 추구하는 언론의 방향성을 확고하게 내비친 그런 기사다. 언론이 팬데믹과 같은 세계재난 앞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기사를 써내려가야 하는지 아주 모범적으로 보여준 기사이기 때문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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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백신, 중국에서 개발 성공" [NYTimes]뉴욕타임즈에서 전해드립니다: 2020.05.23 10:41
오늘 아침은 반가운 소식이다.중국에서 안전하고 바이러스 방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다. 중국에서 개발된 백신, 안전성과 바이러스 방어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나"A vaccine developed in China appears to be safe and may offer protection against the virus, scientists say." 영국 의학 저널 '란셋'에 따르면, 여러 연구실에서 진행된 108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 시험에서 백신을 맞은 피험자들이 적정한 면역반응을 보였고, 28일 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는 지난 월요일 미국 '모더나'에서 단 8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
주저리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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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혼자 떠나다 in Jeju. ✈ [Intro]주저리 주저리 2021.09.28 02:36
거진 1년 만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힘들었고, 그랬다. '최선'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구멍이 뚫리도록 꾸욱 꾹 눌러 써가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그저 시간만을 믿으며 묵묵히 걸었다. 8월. 감사하게도 바랬던 것들 대다수가 이루어졌고, 나는 익숙한 번아웃에 빠졌다. 그렇게 4주를 와식생활로 보내다가 점차 '막학기'라는 현실이 강하게 자각되면서, 다소 합법적 성격을 띠는 이 방탕한 생활도 9월을 마지막으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슬슬 좀이 쑤시던 참이었다.) 타지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매번 부산행 KTX를 탈 때마다 '아, 그냥 내리지 말고 부산으로 쭉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래서 인턴을 마치고 부산으로 혼자 여행이나 갈까 했었다. 그러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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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 하늘사색노트 2020.11.15 17:15
저는 오늘 제 사랑을 잃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청춘을 그토록 벅차게, 또 고통스럽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하루하루 일종의 의미를 내게 암시해주었던 별빛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또렷했기에 잡을 수 있을 줄만 알았으나, 역시 그녀는 별이었습니다. 파도치는 마음속에서 위태롭게 떠다니던 내게, 언제나 고고히 명랑하게 빛났기에 멀리 있음을 알았음에도 나는 그 거리감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눈을 들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에, 나는 어리석게도 희망을 간직하였습니다. 마음 한쪽에 창을 내어 남몰래 별빛을 들였던 모든 시간들은 내게 선물이었지만 닿을 수 없는 별빛임을 이제야 깨달은 저는 우스운 것들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지나간 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참 오래 걸렸지만, 지나간 세월만큼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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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사색노트 2020.08.24 01:19
20年 8月 23日 (日) 저는 잘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우리가 이렇게 갈라져야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으며 물었던 안부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저는 잘 있습니다. 잘 있나요. 당신이 무엇을 입었고, 무슨 표정을 지었으며, 만났다면 또 무슨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서로 늘어놓았을 지 이렇게 궁금하고 또 그리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문자도, 전화도, 그 무엇도 당신의 안부를 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불완전합니다. 보고싶어요. 옆에 있지 않아도, 그냥 같은 공간에만 있을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말이 없어도,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넬 수만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무엇이 됐든, 지금보다는 한 없이 나으니까요. 일상이 너무 그립습니다. 당신이 너무 그립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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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노트 2020.08.04 02:27
불 꺼진 방, 닫혀있는 방문. 새벽 빛 처럼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 깊은 바닷속 칠흑까지 미처 닿지 못해 오로라처럼 일렁이듯 걸려있는 빛의 잔향처럼 창문으로부터 방 안의 심부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쪽빛 그림자. 월광 아래 모든 것들이 탈색되어 창백히 실루엣으로나마 존재하듯이 방 안은 온통 푸르스름하게, 테두리 없이 단색으로서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방문 너머로 가만가만 들려오는 TV소리, 창문 너머로 조금씩 잦아드는 빗소리와 양철 창틀을 두드리는 낙숫물의 금속성 파열음. 노면의 물웅덩이를 가르는 타이어, 멀거니 들려오는 힘겹게 토해내는 듯 한 버스의 배기음. 이미 식어버린, 달곰하니 향긋한 밀크티를 머금고 검푸른 천장의 실루엣을 응시하며 가만히 누워있자니 문득 3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의 순간이 다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