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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밤 하늘
    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11. 15. 17:15

     

     

     

     

     

     

     

    저는 오늘 제 사랑을 잃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청춘을 그토록 벅차게, 또 고통스럽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하루하루 일종의 의미를 내게 암시해주었던 별빛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또렷했기에 잡을 수 있을 줄만 알았으나, 역시 그녀는 별이었습니다.

     

     

    파도치는 마음속에서 위태롭게 떠다니던 내게, 언제나 고고히 명랑하게 빛났기에

    멀리 있음을 알았음에도 나는 그 거리감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눈을 들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에, 나는 어리석게도 희망을 간직하였습니다.

     

     

    마음 한쪽에 창을 내어 남몰래 별빛을 들였던 모든 시간들은 내게 선물이었지만

    닿을 수 없는 별빛임을 이제야 깨달은 저는 우스운 것들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지나간 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참 오래 걸렸지만, 지나간 세월만큼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밤하늘은 여전히 밝지만, 예전만큼 못합니다.

     

    남몰래 숨겨두었던 마음을 밤마다 주섬주섬 꺼내어 별빛에 비추어보던 시간들이 그리울 겁니다.

    어둠에 익숙해지는 법은 금방 터득하겠지만

    빈자리에 익숙해지는 것은 정말이지, 자신이 없군요.

     

     

    저는 그러나 창은 남겨두렵니다.

    모든 것이 익숙해질 언젠가, 문득 바깥이 밝아옴을 느낄 때

    눈을 비비며 창가에 다가가 또 다른 우스운 것들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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