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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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 하늘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11. 15. 17:15
저는 오늘 제 사랑을 잃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청춘을 그토록 벅차게, 또 고통스럽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하루하루 일종의 의미를 내게 암시해주었던 별빛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또렷했기에 잡을 수 있을 줄만 알았으나, 역시 그녀는 별이었습니다. 파도치는 마음속에서 위태롭게 떠다니던 내게, 언제나 고고히 명랑하게 빛났기에 멀리 있음을 알았음에도 나는 그 거리감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눈을 들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에, 나는 어리석게도 희망을 간직하였습니다. 마음 한쪽에 창을 내어 남몰래 별빛을 들였던 모든 시간들은 내게 선물이었지만 닿을 수 없는 별빛임을 이제야 깨달은 저는 우스운 것들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지나간 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참 오래 걸렸지만, 지나간 세월만큼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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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8. 24. 01:19
20年 8月 23日 (日) 저는 잘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우리가 이렇게 갈라져야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으며 물었던 안부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저는 잘 있습니다. 잘 있나요. 당신이 무엇을 입었고, 무슨 표정을 지었으며, 만났다면 또 무슨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서로 늘어놓았을 지 이렇게 궁금하고 또 그리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문자도, 전화도, 그 무엇도 당신의 안부를 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불완전합니다. 보고싶어요. 옆에 있지 않아도, 그냥 같은 공간에만 있을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말이 없어도,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넬 수만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무엇이 됐든, 지금보다는 한 없이 나으니까요. 일상이 너무 그립습니다. 당신이 너무 그립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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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8. 4. 02:27
불 꺼진 방, 닫혀있는 방문. 새벽 빛 처럼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 깊은 바닷속 칠흑까지 미처 닿지 못해 오로라처럼 일렁이듯 걸려있는 빛의 잔향처럼 창문으로부터 방 안의 심부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쪽빛 그림자. 월광 아래 모든 것들이 탈색되어 창백히 실루엣으로나마 존재하듯이 방 안은 온통 푸르스름하게, 테두리 없이 단색으로서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방문 너머로 가만가만 들려오는 TV소리, 창문 너머로 조금씩 잦아드는 빗소리와 양철 창틀을 두드리는 낙숫물의 금속성 파열음. 노면의 물웅덩이를 가르는 타이어, 멀거니 들려오는 힘겹게 토해내는 듯 한 버스의 배기음. 이미 식어버린, 달곰하니 향긋한 밀크티를 머금고 검푸른 천장의 실루엣을 응시하며 가만히 누워있자니 문득 3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의 순간이 다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