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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력분 짬처리 특집 [초코칩 모카스콘]: 베이킹파우더 없이!
    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5. 3. 18:29

     

     

     

    홈베이킹의 단점을 몇 가지 꼽자면,

     

    1. 재료비가 은근 비쌈.

    2. 오래 걸림.

    3. 귀찮음.

    4. 진짜 귀찮음.

    5. ㅇㅓ우 귀찮ㅇ아ㅏㅏ

     

    쯤 될텐데, 그 중 가장 곤란한 것은 이전에 썼던 재료가 남았을 때다. 

     

    남들이 봤을 때 홈베이킹을 하면 돈이 조금 절약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재료 값이 꽤 나간다. 게다가 베이킹 레시피의 90%는 오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세를 무시할 순 없다.

    또 인건비를 절약한다지만, 그 인건비를 내 몸뚱아리로 메꾼다는 것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여하튼, 재료가 남는 것 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재료가 비쌀 경우다.

    나의 경우에는 '밀가루'인데, 뭐 밀가루가 비싸봤자 얼마나 비쌀까 하겠지만 내 건 좀... 다르다.

     

     

     

    시중 밀가루(곰표 박력분 1kg 1,280원 기준)의 8배에 달한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밀가루는 재배와 수확 및 가공 과정에서 농약, 화학비료 같은 화학물질을 엄청 사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십중팔구 미국산 밀가루라서, 비행기 타고 날라올 때 썩거나 벌레먹지 말라고 방부제를 첨가한다고.

     

    위의 독일 친구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클ㅡ린한 제품이라, 엄청 비싸다. 일반 유기농 제품보다 한 단계 더 위인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칭호를 받은 제품인데, 애초에 재배과정부터 생태계를 고려한 친환경 농법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중 밀가루 가격의 8배에 육박한다.

     

     

    그런데...

    어느 날 청소를 하다가 그 귀한 밀가루를 1년 만에 찾은 것이다.

     

     

    해석: "유통기한 1년 지났어 멍충아"

     

     

     

     

    "뭐??!!!!!!!"

     

     

    사실, 저 밀가루는 입대 전 누군가에게 초코 퍼지 브라우니를 구워서 선물할 때 샀다. 진짜 진짜 정성들여 만들었었는데.

     

    그 친구는 알 지 모르겠지만, 재료부터 좋은 걸 써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걸 만들고 한 구석에 처박아둔 채 입대하고 잊고 있었는데, 그게 타임캡슐이 될 줄이야...

     

    처참한 유통기한에 화들짝 놀라 절박한 심정으로 검색해보니, 박력분 특성 상 쉽게 상하지 않아서 냄새를 맡았을 때 중성적인 향이 난다면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어우 다행이다 내 돈... 

     

    그렇게 해서 본인은 남은 박력분을 호다닥ㅡ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미심쩍긴 하지만, 오늘 내가 직접 실험대상이 되어보도록 한다.

     

     

     

     

     

     

     


    초코칩 모카 스콘

    Chocochip mocha scone


     

     

     

     

     

     

    사실, 아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콘을 이미 한 번 만든 바 있다.

    https://eggss.tistory.com/20

     

    갓 만든 포근한 스콘 냄새 맡아볼래...? [플레인 스콘]

    나는 빵돌이다. 어감이 좀 이상한데...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입 맛이 없으면 밥을 굶는 편인데, 손 닿는 곳에 달달한 빵이나 디저트가 있다면 배가 불러도 계속 집어먹는다. 빵 진짜 너무 좋아. 오늘따라 눈이 늦게..

    eggss.tistory.com

     

    그 땐 '쿠키커터'를 이용해서 스콘 모양을 냈었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 스콘이니만큼 차별화를 둬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쿠키커터를 쓰지 않고, 그냥 반죽을 넓적하게 누른 뒤 쿨 하게 칼로 턱 턱 썰어서 투박한 느낌을 내 볼 생각이다.

     


    Ingredient


     주재료 

    박력분 150g, 베이킹파우더 5g(없어도 딱히 문제는 없더라), 설탕 30g, 버터 50g, 소금 한 꼬집, 우유 50g, 인스턴트 커피가루 2g, 뜨거운 물 1큰술, 초코칩 80g

     계란물(for 글레이징) 
    계란노른자 1개, 우유 약간


     오븐  180℃ 15~20분

    레시피 참조: 꿀키honeykki

     

     

     

    이번 베이킹에서는 베이킹파우더를 쓰지 않는다.

    기존 레시피, 그러니까 8~90%의 스콘 레시피에서 1작은술 정도의 베이킹파우더는 일반적으로 들어가는데, 집에 재료가 있는지 없는지도 체크하지 않고 일 부터 벌인 관계로, 쿨하게 생략하기로 한다.

     

    사실, 베이킹파우더의 역할은 빵을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 베이킹파우더를 넣어야 스콘이 부풀면서 '크랙'이 느낌 있게 나오는데, 넣지 않으면 크랙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집에 베이킹파우더가 없다면 이번 결과물을 보고 판단해보길.

     

     

     

     

     

     

     


     

    일단, 언제나처럼 나는 양을 두 배로 부풀릴 것이다.

    아까운 박력분이 400g이나 남았으므로, 먼저 기본 반죽을 만든 뒤 두 덩어리로 나눠서 하나는 플레인, 하나는 초코칩 모카스콘을 만들어 볼 심산이다.

     

     

     

     

     

    반죽에 들어갈 버터 깍두기를 만들어둔다.

    항상 베이킹을 하기 전에 버터를 1시간 정도 미리 꺼내놓으면 저렇게 크림치즈마냥 물렁물렁해져 다루기 쉽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꺼내두면 버터가 질척거리기 때문에, 마음 급하신 분들은 짜증나지 않게 적당히만 녹여두자.

     

     

     

     

     

     

     

    사실 내가 필요했던 건 초코칩이지 저런 동전 초콜릿이 아닌데...

    1년 전 브라우니를 만들 때 썼던 커버춰(녹여서 쓰는) 다크 초콜릿이 남았으므로 대충 조사뿐 뒤 넣도록 하자. 유통기한은 보지 않도록 한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스콘은 진짜 간단하다. 

    그냥, 밀가루에다가 설탕, 버터, 소금 약간 넣고 주물주물 한 뒤 구우면 끝이다. 솔직히 김치전 수준의 난이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손쉽게 반죽까지 완벽하게 만든 뒤, 마지막에 가서 기름에 부칠 때 망쳐버리는 것도 비슷하다.

     

     

     

     

     

     

    푸드프로세서가 있다면 넣고 돌리면 되지만, 본인은 그런게 있을 리 없으므로 손으로 섞어준다.

    위 사진이 아주 중요한데, 지난 번 포스팅에서 강조했던 것 처럼 손가락으로 인절미 꼬집듯 버터와 밀가루를 짓이겨주며 쓰까주면 된다. 미끌미끌하면서도 폭신한게, 촉감놀이에 아주 좋다. 은근 중독성 있다.

     

     

     

     

     

     

     

    다 되면, 저렇게 인절미 콩고물마냥 촉촉하면서도 보드라운 가루가 된다.

    만져봤을 때 버터가 느껴지면 안 되고, 꽉 쥐었을 때 형태가 유지되다가 금세 파사삭 부서지면 ok.

     

    이제 저기에 우유를 넣어주고 반죽을 해준다. 너무 치대면 글루텐이 형성돼 바삭바삭한 식감이 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적당히 뭉쳐가며 섞어준다. 재료들이 어느 정도 잘 섞였다고 느껴질 때까지. 그런데 어차피 박력분이라, 글루텐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잘 나올테니 대충쓰 대충쓰~

     

     

     

     

     

     

    완성된 반죽은 반절 떼내어 동글동글 비닐랩으로 감싸 냉장고에 두고 숙성시킨다.  

     

     

     

     

     

     

     

    이제 남은 반죽 반또가리와 초콜릿, 미리 뜨거운 물 한 스푼에 녹여둔 커피를 넣고 뭉쳐준다. 찐득찐득한 반죽의 질감과 이질적인 딱딱한 초콜릿 조각을 주물주물거리고 있자니 어느 새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 든다. 까르륵

     

     

     

     

     

     

     

     빚다 보니 웬 비누쿠키가 

    잘 뭉쳐졌다 싶으면 조금씩 짜부시켜가며 원반을 만들어준다. 

     

     

     

     

     

     

     

    도마에 밀가루를 조금 뿌려준 뒤 빈대떡 아니 반죽을 16등분 해준다.

    과감하게 턱ㅡ턱ㅡ 잘라야 초콜릿 칩이 반죽 바깥으로 미끄덩 빠져나오지 않는다.

     

    다 자른 뒤, 반죽조각을 종이호일을 깔아둔 팬에 옮긴 후 계란물(노른자+우유)을 발라준다. 계란물은 스콘 표면이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위장을 해준다. 이번에도 김 솔(시럽 따위를 바를 때 쓰는 실리콘 솔) 따윈 없는 나는 손으로 찍어 발라줬다.

     

     

     

    다음은 플레인 스콘 반죽.

     

     

    늠름하다.

     

     

    마찬가지로 도마에 밀가루를 뿌려준 뒤 납작하게 눌러준다.

     

     

     

     

     

     

     

    쿠키커터로 반죽을 잘라주고, 남은 반죽은 오른쪽 사진처럼 틀에 넣고 꾹꾹 채워서 알뜰하게 만들자.

    다 자른 반죽들은 아까처럼 계란물로 글레이징을 해주고 180℃로 예열해 둔 오븐에 넣어주면 끝!

     

     

     

     


    -Finish-

     

     

     

     

     

     

     

    고백을 하자면...

    사실 글레이징을 할 때 계란노른자에 우유를 조금 섞어주어야 하는데, 그냥 순수한 노른자를 발라버렸다.

    때문에 구운 후에도 표면에 사과쨈 바른 듯 번들번들한 모양새가 됐다. ㅎㅎㅎ...

     

     

     

     

     

    녹두전 아님. 피자도 아님. 암튼 아님.

     

     

     

     

     

     

    사진을 자세히 보자.

     

    이번 베이킹에서는 반죽에 베이킹파우더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스콘이 부풀지 않고 크랙도 없이 밋밋하게 나왔다.

    맛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모양이 정직하게 나온다는 점, 염두에 두고 시도해보자. (베이킹파우더가 몸에 좋지 않다는 소리가 있더라)

     

     

     

     

     

     

     

     

    확실히, 맛있는거(초코)+맛있는거(커피) = 존맛탱이다. 말이 뭐가 필요할까.

    식감은 바삭파삭 크럼블하고, 초코칩은 달콤쌉싸름하다. 한 입 베어문 뒤 따라오는 은은한 커피의 향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다소 퍽퍽하지만, 커피 한 모금이면 부드럽게 입안에서 풀어지면서 만족스러운 단 맛이 연출된다. 살 찌는 맛이다.

     

     

    여튼간에, 이로서 두 가지는 확실해졌다.

     

    1. 밀가루가 유통기한이 1년 넘게 지나도, 냄새만 안 나면 먹어도 무탈하다. (아직 안 아픈걸 보니 ㅇㅇ)

    2. 사 먹자.

     

     

     

     

     

     

     

    덧. 

    밀가루는 성공적으로 처리했는데, 초콜릿이 댑따 남아버렸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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