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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과 현실, 그 간극에 대한 고찰 [딸기 파블로바]
    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3. 31. 11:30

     

     

    이쁜 디저트를 봤고, 

    그걸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또 시도했을 뿐이었다.

     

     

    계란 6개를 까서 흰자를 분리했고

    2시간 동안 거품기를 돌렸고

    270분 동안 오븐을 돌렸다.

     

     

    그러나 그 끝에 얻은 것은

    참혹하고도 냉정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었ㄸ ㅏ...

     

     

     


    딸기

    Strawberry Pavlova


     

     

     

     

     


    Ingredient

     재료 
    계란 흰자 3개(120g), 설탕 80g, 전분가루 1tsp, 식초 1tsp 바닐라익스트랙 1tsp 

     토핑 
    생크림 200ml, 설탕 2숟가락 반. 바닐라 익스트랙(있으면!), 생과일 토핑

    레시피 출처: 꿀키honeykki

    ※ 바닐라 익스트랙은 '바닐라 설탕'으로도 교체가 가능하다. 단, 넣은 만큼 원래 레시피에 들어가는 설탕 양에서 빼 주자.

     

     

     

     

    파블로바(Pavlova). 

    러시아의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가 세계여행을 하던 도중, 주방장이 그녀를 위해 만들어 대령했다는 그 디저트. 

    계란 흰자를 거품기로 마구 저어서 머랭 친 다음 오븐에 구워서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해 즐기는, 호주/뉴질랜드의 국민 디저트란다.

     

     

     

    출처: 꿀키honeykki 유튜브 채널 갈무리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디저트! 어려워 보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굉장히 쉬워요!"

     

     

     

    공듀님의 디저트처럼 우아한 비주얼에 비해, 생각보다 레시피가 간단하고 쉽다고 했고, 그걸 믿었다.

     

    집구석에서 요리 몇 번 했다고 오만함이 충만했던 본인은, 집에 계란도 있겠다, 지난 번 달고나 커피 때 키운 이두근도 써먹을 수 있겠다, 겸사겸사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했던 것이다.

     

     


     

    난 잘 해낼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두 배로 큰 파블로바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재료의 양을 두 배로 계량했다.

     

     

    우선 계란 흰자를 분리해 머랭을 만든다.

     

     

    부와아ㅏ아아ㅏㅏ앙아

     

    이번에는 문명의 이기가 주는 혜택을 누리기로 한다.

    누가 미련하게 팔 아프게 거품기를 쓴담?

     

    설탕 80g(계란 3개 기준)을 조금씩 조금씩 나눠 넣어가며 섞어준다.

    (나는 계란 6개를 넣었기 때문에 160g을 넣어주려고 했지만, 80g만 넣어도 엄청 달아졌다. 계량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조금씩 넣어가며 맛을 보자.)

     

     

     

    뭔가 잘못됐다.

     

    뭔가 잘못됨을 알아챈 것은 10분이 지나서였다.

    미리 거품기로 하얗게 거품을 낸 후 핸드믹서로 거품을 내고 있는데, 갈 수록 거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까, 핸드믹서에 있는 칼날이 회전하면서 계란 흰자 속 공기를 빼고 있었다.  ㅎㅏ...

     

     

     

    ㅎㅎㅎ

     

    본연의 맑은 흰자로 되돌아간 재료를 다시 되살리는데 1시간이 걸렸다.

    역시 몸이 힘들면 머리가 편하다.

     

    머랭이 완전히 완성되기 전에, 미리 오븐을 110ºC로 예열해두자. 그래야 시간이 단축되기도 하고, 머랭이 주저앉기 전에 바로 오븐에 넣을 수 있다.

     

    머랭에 식초 1tsp, 전분 1tsp를 넣고 잘 섞어준다.

    식초와 전분은 머랭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머랭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됐다면,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머랭을 팬 케이크처럼 올려준다.

    알뜰주걱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 느낌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반죽을 다 세팅했다면 90분 정도 오븐에 구워준다.

    나는 크고 아름다운 파블로바를 원하기 때문에, 3층으로 나눠 구웠다.

     

     

     

    90분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물을 꺼냈다.

     

     

    ( "물컹ㅡ" )

     

    ... 물컹?

     

    너무 일찍 꺼냈는지, 겉 표면만 조금 굳고 나머지는 물렁물렁하다. 주름까지 생겼다.

    침착하게 다시 오븐에 넣고 10분 더 구웠다.

     

     

    ...?

     

     

     

     

    ;;;;;;;;;

     

     

     

     

     

    투구게 뒤집어놓은거 아니다.

     

     

     

     

     

     

     

     

    ....

     

     

     

     

     

     

     

     

     

     

    재밌네.

     

     

     

     

     

    괜찮다. 어차피 생크림으로 덮어버리면 그만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으니까. 

     

     

     

    덕지ㅡ 덕지ㅡ

     

    이왕 날개 다는 거, 여러 개 달아서 멋있게 만들어주기로 한다.

     

     

     

     

     

    쌓고, 또 쌓고

    생크림 바르고, 사이에 딸기 넣어주고

    슈가파우더로 마무리.

     

     


    - Finish -

     

     

     

    작품명:  Yellow Journalism 」

     

     


     

     

     

     

    그냥 썸네일 이걸로 올릴까

     

    마트에서 싸게 팔길래 사 온 산딸기가 신의 한 수였다.

    어떻게 어떻게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을 하기는 했지만, 하면 할 수록 파국으로 치달았다.

     

     

     

     

     

    맛 표현을 하자면,

    솔직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바삭바삭한 머랭 레이어가 달달한 생크림의 수분을 머금어서 심심하지 않은 식감이었고, 무엇보다도 딸기&산딸기 콤보 덕에 머랭과 생크림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았다.

     

    문제는, 270분 동안 돌린 오븐의 전기세와 계란 6개를 희생한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계란은, 역시 후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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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Eg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