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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압주의) 마카롱을 그렇게 마카묜... [레몬 마카롱]
    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5. 8. 11:00

     

     

     

     

    일전에 마카롱이 어마무시하게 유명세를 탔던 때가 있었따.

     

    마치 대만 카스테라나 매운치즈갈비마냥, 여기 저기서 마카롱 이야기가 튀어나왔고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마카롱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시큰둥ㅡ 했었는데. 

     

    그런데 어느 날, 아는 후배가 선물로 마카롱을 보내줬었고,

    나는...

     

     

     

     

    하와와,,, 이것은 디저트 세계관 최강의 겉바속쵹인 것이다...

     

    겉의 표면은 바사삭 부서지는 동시에, 쬰득한 속살과 부드럽고 달콤한 필링의 조화라니...

     

    하지만 그 크기에 비해 거만하리만치 비싼 마카롱의 가격 탓에, 나는 그만 '차라리 내가 만들고 말지'라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의 포스팅은, 후회의 눈물을 머금은 주마등 쯤 되시겠다.

     

     

     


    레몬 마카롱

    Lemon macaroon


     

     

     

     

     

     


    Ingredient

     


     꼬끄 
    아몬드가루 50g, 슈가파우터 40g, 달걀흰자 40g, 설탕 40g, 식용색소(옐로우, 화이트)

     레몬 버터 크림 
    달걀노른자 20g, 설탕 20g, 옥수수전분 10g, 레몬즙 30g, 뜨거운 우유 70g, 무염버터 80g, 슈가파우더 30g

     오븐  160℃ 예열 후 5분, 이후 130℃에서 10분

    레시피 참조: Cooking tree 쿠킹트리

     

     

     


    WARNING :

     

    미리 말해두지만, 마카롱을 따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이 글을 참고하지 말고 아래 요리 유튜버 '한세HANSE'님의 영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카롱 만드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천천히 정독하면서 차근차근 따라하기 좋다. 나는 실패했지만...

     

    https://youtu.be/uPrTkuCJYjk

     

     

     

     

     


     

    일단, 종이호일을 깔고 그 위에 아몬드가루와 슈가파우더를 2번 정도 체 쳐 둔다. 

    마카롱은 애초에 머랭을 이용한 디저트이고, 머랭은 계란흰자에 공기를 가둬서 식감을 내는 원리인 만큼 들어가는 재료의 입자가 균일하고 고와야 한다.

     

    이제 달걀흰자를 휘핑하는데, 거품이 생기는 중간 중간에 설탕을 나눠 넣어주어야 한다.

    마지막에 한꺼번에 넣게 되면 애써 키운 머랭이 확 죽을 수도 있고, 처음에 많이 넣어버리면 머랭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설탕이 다 녹았다면, 아까 미리 체 처둔 가루를 2~3번 나눠가며 섞어준다. 이때 색소를 조금 넣어준다. (나는 집에 색소가 없어서 강황가루를 넣었...)

     

     

    ... 사실, 내가 레시피를 여기에 읊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에 저렇게나 훌륭한 영상이 있는데.

     

    그냥, 오늘은 이 사람은 어떻게 망했나 감상이나 해보기로 하자.

     

     

     

     

    머랭에 가루를 넣고 섞어준 뒤, 이른바 '마카로나주'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믹싱 볼 벽면에 반죽을 펴 바르듯 머랭 속 공기를 빼주는 걸 말하는데, 이게 거의 마카롱 성공률의 90%를 차지한다. 

    마카로나주를 적당히 해주는게 포인트인데, 과하게 했을 경우 어떻게 되냐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게 뭐람

     

    저렇게 된다.

     

    공기가 너무 과하게 빠진 탓에 녹아버린 멘탈 반죽의 모습이다.

    마카로나주를 할 때, 알뜰주걱으로 떠서 반죽 위로 흘려봤을 때 8자 모양이 유지가 될 정도의 되직함을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찾는게 겁나게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마카로나주 관련 영상이 엄청 많으니까, 장시간 딥ㅡ러닝을 통해 감각을 익히도록 하자.)

     

     

     

     

     

    그리고, 꼭 실리콘 패드(테프론 시트)를 장만하자.

     

    시중에는 마카롱 도안이 그려진 실리콘 패드를 파는데, 싸게는 5,000원에서 비싸게는 50,000원 정도 한다.

    본인은 돈 아깝다고 실력 믿고 강행했다가, 저렇게 현대미술을 창조했다.

    솔직히 저런거 하나 장만해놓으면 매번 베이킹할 때 마다 종이호일을 쓰지 않아도 돼 돈도 절약되고, 주방 환경도 깔끔해진다. 무엇보다도 도안에 맞춰 반죽을 성형할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편리하다. (베이킹은 장비빨 ㅇㅇ)

     

     

     

     

     

    "지금까지 이런 마카롱은 없었다. 이것은 마카롱인가 소보로인가."

     

    다시 돌아와서.

    저렇게 반죽을 짜 준 뒤, 실온에서 1시간 정도 건조시켜주고(반죽을 살짝 만졌을 때 반죽에 자국이 안 남을 정도로) 160℃ 예열된 오븐에서 5분, 130℃에서 10분 정도 구워준다.

     

    건조 과정도 엄청 중요한데, 만약 건조를 제대로 시켜주지 않으면 위의 사진처럼 사막화가 진행된 마카롱을 얻게 된다. 당시 저 마카롱을 만들 때 공교롭게도 비가 왔었고, 거의 4시간 정도 건조를 시켜주었는데도 저 사단이 나버렸다...

     

     

     

     

     

     

     

     

    이걸 '프릴'이라고 말해도 될까...?

     

    그래도 갈라진 모습 치고는 겉이 바삭하게 익어서, 겉바속촉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개성 있게 잘 구워진(?) 마카롱 뚜껑들을 비슷한 크기의 친구들과 짝 지어 맞춰본다.

    절망적이었던 첫 인상과는 달리, 제법 음식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마카롱에 필링할 크림은 '레몬버터크림'이다. 냄비에 달걀노른자, 설탕, 옥수수전분, 레몬즙을 넣고 섞은 뒤, 조금씩 우유를 부어가며 걸쭉해질 때 까지 가열해준다. 이후 미리 녹인 무염버터에 슈가파우더를 섞어준 것을 함께 섞어주면 끝이다.

     

    웬만하면 '깍지'도 사도록 하자. 얼마 안 한다(다이소에서 몇 천원에 판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장비에 투자한 금액에 비례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Finish-

     

     

     

    어떻게든 사막화된 표면을 가려주려고 베이킹파우더를 분칠해줬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포스팅을 '나 이거 만들 줄 알아'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 지 '주저리 주저리(잡담 용)'에 넣어야 할 지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했다. 만들 줄 알긴 개뿔...

     

    만들면서 '아, 척박한 동굴 속에서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야 했던 토니 스타크의 마음이 이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랬다. 색소가 없어서 대신 집 안에 굴러다니던 강황가루를 넣었고, 실리콘 패드가 없어서 종이호일을 잘라 썼으며, 깍지가 없어서 지퍼백 끝을 잘라 마카롱 필링을 채워넣었다. 만드는 도중 비가 오는 바람에 내 마음처럼 마카롱도 쩍 쩍 갈라져갔다...

     

     

    언젠가 설욕을 위해 다시 한 번 시도해 볼 일은 있겠으나, 당분간은 마음의 상처를 보듬으며 머랭을 멀리하기로 했다.

     

    다시 한 번, 계란은 역시 후라이다.

     

     

     

     

     

     

     

    덧.

    머랭으로 뻘짓했다 망해버렸던 또 다른 포스팅을 소개한다:

    https://eggss.tistory.com/21

    이상과 현실, 그 간극에 대한 고찰 [딸기 파블로바]

    이쁜 디저트를 봤고, 그걸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또 시도했을 뿐이었다. 계란 6개를 까서 흰자를 분리했고 2시간 동안 거품기를 돌렸고 270분 동안 오븐을 돌렸다. 그러나 그 끝에 얻은 것은 참혹하고도..

    eggs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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