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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봐요! 바질의 숲' (스위트 바질 키우기)
    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5. 31. 15:40

     

     

     

    이 블로그를 예전부터 알아온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취미를 가지고 있는 지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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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써 보는 슬라이드 기능. 오른쪽으로 밀어서 사진을 봐주시오.

     

    정답: 일 벌이기 음식 만들기.

     

    파스타 같은 향신료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양식을 만들 때마다, 항상 가지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생 허브'.

     

    나는 항상 말린 바질이나 파슬리, 오레가노를 써왔었다. 그런데 언젠가 부모님께서 생 바질을 사 오셨길래, 조금 썰어서 넣어보니 이거슨 신세계...! 비주얼은 물론이고, 음식의 향 자체가 달라지더라. 

     

    방송에서도 셰프들이 굳이 집에서 싱싱한 허브를 키우는 이유가 있었다. 갓 재배한 파릇파릇한 허브를 잘게 다져서 향을 끌어올리고, 마지막 플레이팅에 어린 잎 하나를 뿅! 하고 올려놓으면 그게 그렇게 있어보이더라구.

     

     

    그래서 샀다.

     

     

    왼쪽은 바순이, 오른쪽은 바흐.

     

    산책 겸 집 근처에 있는 꽃집에 가서 둘러보는데, 저기 아래에 조그마한 바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더라. 하나만 사면 정 없어서 두 개를 샀는데, 가져와서 봐도 정말 작았다. 여기서 내가 이 친구의 잎을 따기에는 뭔가...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물도 주고, 볕도 쬐게 해주며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만에 키도 좀 크고, 잎의 크기도 많이 커졌다.

    이 정도 커지니까 잎 한 두개 정도는 따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애들이 커지니까, 뭔가... 애들이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나 같아도 요즘 밖으로 못 나가서 답답해 죽을 것 같은데, 저 좁은 화분 속에서 뿌리를 뻗을래야 뻗을 수 없을테니 얼마나 비좁고 그렇겠어...(객관적 상관물)

     

     

     

     

     

    (흥분)

    어?!!! 얼마나 답답하고!! 막 그렇겠어!

     

     

     

     

     

     

    그래서, 집에 남아도는 빈 화분에다가 이사를 시켜주기로 한다.

    일단 있었다가 없던 기존 세입자의 흔적을 치워주고, 오랫동안 말라 굳어있던 흙을 뒤섞어주기로 한다.

     

     

     

    뭐지 이건

    굳어있는 화분의 흙을 파고, 뒤섞고 하다 보면 이상한 것들을 발견하곤 한다.

     

     

     

     

    어느 정도 굳은 흙을 잘게 부숴주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흙을 섞어주기 위해 반 정도를 버려준다.

    이런 작업을 할 때는 흙먼지도 달리고 바닥도 더러워지니, 미리 바닥에 비닐도 깔아두고 마스크도 껴 주자.

     

     

     

    "박력분 200g에 코코아가루 50g을 넣고 섞어줍니다"

     

    새로 산 흙의 설명서에서는 분갈이를 할 경우 기존의 흙과 1:5 비율로 섞어주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다 때려넣었다. 흙 버려서 뭐혀.

    부어준 새로운 흙과 기존의 흙을 마구마구 섞어준다. 섞기 전에 물을 좀 부어서 촉촉하게 해 주면 먼지도 안나고 잘 섞인다.

     

    문득... 박력분이랑 이것저것을 섞는 기분이 든다.

     

     

     

    이게 흙이여 뿌리 덩어리여...

     

    이제 바질을 뿌리가 다치지 않게 꺼내준다.

    무턱대고 꺼내지 말고, 플라스틱 화분을 조물조물 눌러가며 조금씩 위로 밀어주듯 하면 알아서 빠진다(스팸 캔에서 뺄 때 맹키로다가 ㅇㅇ). 뿌리가 다치면 세균감염으로 식물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화분을 제거해주니, 어떻게든 그 작은 세계에서 영역을 확장하려는 바질의 집념이 느껴진다.

    진작에 옮겨심어줄걸.

     

     

     

     

    바질의 뿌리가 들어갈 만큼의 구멍을 파 준 뒤, 옮겨심어주면 끝이다.

    이사가 끝났을 때 화분에 물을 아주 흠ㅡ뻑 주도록 하자. 얘네들도 힘들었을테니까.

     

     

     

    놀러와요! 바질의 숲

     

    너무 깊게 심어서 바질의 잎사귀가 흙에 닿으면 썩을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깊이를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저렇게 심고 보니까, 알고 보니 한 화분에 바질이 4개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처음에 지어준 이름은 의미가 없었던 거네.

     

     

    여튼, 이렇게 바질의 이사가 끝이 났다.

    마냥 키우기 보다는 '순지르기'를 해야 너무 웃자라지 않고 잎사귀도 많이 달린다고 하니까, 조만간 잎사귀를 수확해서 뭐라도 만들어야겠다. (포스팅 밑밥) 

     

     

     

     

    덧.

     

    1. 저렇게 옮겨심어주고 하루 뒤 베란다에 가 보니, 베란다에 온통 상큼하고 달콤한 바질의 향이 가득했다. 시중에서 파는 바질의 향은 '박하'의 향이 더 강한데, 싱싱한 바질의 향은 달콤한 향이 같이 어우러진다. 역시... 키우길 잘 했어.

    2. 바질은 한 해 살이 식물이라고 한다. 수명이 1년 정도라고 하니, 잘 키워서 씨도 받아봐야겠다.

    3. 성공적으로 바질을 키워내는데 성공하면, 조금씩 다른 허브들도 키워봐야겠다. 파슬리, 레몬그라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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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Eg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