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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덕후의, 초코덕후에 의한, 초코덕후를 위한 [에르뚜아 쇼콜라 케이크]
    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5. 23. 22:13

     

     

    어제는 동생의 생일이었다.

    이번 생일은 그 친구가 20살이 되고 나서 처음 맞는 생일인지라, 특별히 고객의 니ㅡ즈를 최대한 반영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형 대접 좀 받게.

     

    음... 문제는, 내가 그 '니즈'를 반영할 만큼의 실력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케이크를 딱 자르면 초코가 막 우와아아ㅏㅏ 쏟아지는 그런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데, 그런 케이크를 시도하다가는 내 멘탈이 쏟아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최대한 내 능력껏 초코덕후인 동생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난이도의 케이크를 막 모색해봤고,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에뚜아르 쇼콜라' 케이크다.

     

     

     

     


    에뚜아르 쇼콜라 케이크

    Étoile chocolat


     

     

     

     

     

    출처: 파리바게뜨 공식 홈페이지

    '에뚜아르 쇼콜라'라는 이름은 별(étoile) 초콜릿(chocolat)의 프랑스어로, 파리바게뜨에서 파는 케이크의 이름이다.

    이름에 왜 별이 들어가는지 조금 의아해했는데, 사진을 보니 그냥 별 모양 초콜릿을 장식해서 그런가 보다...

     

    여튼, 사진을 보면 생크림으로 아이싱할 필요 없이 그냥 냅다 초콜릿을 부어버리면 그만인 케이크다. 나는 생크림으로 아이싱만 하면 크림이 버글거리고 녹아내린다. 부드럽게 매끈한 표면이 아니라, 구수ㅡ한 순두부 비지찌개마냥 거칠어진다 이말이야. 그런 고로, 저 케이크는 초콜릿이 엄청 들어가지만 겉 표면에 아이싱을 하지 않아도 좋은 케이크 되시겠다.

     


    Ingredient

     

     초코 제누와즈 
    전란(계란 통 째로) 140g, 노른자 40g, 설탕 90g, 꿀(없으면 올리고당) 20g, 박력분 75g, 옥수수전분(본인은 감자전분이 있어서 감자전분으로 대체) 15g, 코코아파우더 10g, 버터 15g, 우유 20g, 바닐라 오일 5방울(없어도 무방함. 바닐라 설탕으로 대체할 경우 원래 들어가는 설탕의 양에서 그만큼을 빼줄 것.)

     초코 크림 
    생크림A 300g, 생크림B 40g, 다크커버춰 초콜릿 150g

     글리사주(시트 위에 부어줄 초콜릿) 
    생크림 50g, 우유 50g, 물엿(본인은 꿀로 대체) 37g, 젤라틴(한천가루로 대체) 2g+물 10g, 다크커버춰 초콜릿 100g

     오븐  165℃ 30분

    레시피 참조: 제누와즈 by 자도르J’adore, 초코 크림&글리사주 by 한세HANSE

     

     

    이번 케이크에서는 레시피를 두 군데에서 참고했는데, 제누와즈(빵 시트) 레시피는 자도르J'adore님을, 나머지 레시피는 한세HANSE님 레시피를 참고했다. 베이킹 초보임에도 자도르님의 레시피로 만들면 항상 성공하는 편이라 별도로 참고했다.

     

    원래 메인 레시피(by 한세HANSE)에서는 제누와즈의 박력분이 60g만 들어가는데, 내가 제누와즈를 만드는데 참고한 레시피(by 자도르J'adore)에서는 박력분 75g에 전분 15g이 들어가서 케이크의 크기가 좀 커질 예정이었다. 따라서 나는 초코 크림과 글리사주의 양이 부족하지 않게 각 재료에 3/2을 곱해주었다(위에 쓰여져있는 내용은 곱하지 않은 값).

     

     

     

     

     


     

    우선 제누와즈를 만들어보도록 하자.

     

    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우선적으로 따뜻한 물에 버터+우유+코코아파우더를 중탕해두자. 뜨거운 물을 받아두고 그 위에 올려두기만 하면 알아서 녹으니까, 반죽이 완성될 때 쯤 바로 넣을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해두도록 하자.

     

     

     

     

    믹싱 볼에 계란과 노른자, 설탕, 꿀을 넣고 섞어준다. 레시피에서는 바닐라 오일을 넣으라고 하는데, 나는 없어서 바닐라 설탕을 넣었다. 

     

    레시피 내용에서 '전란 140g + 노른자 40g'라는 대목을 읽고 일일이 무게를 재려면 귀찮고 번거롭다. 나의 경우, 전란 3개와 계란 1개 분의 노른자를 넣으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계란이 설탕과 만나면 뭉치기때문에, 빨리 섞어준다.

     

     

     

     

    어느 정도 섞였으면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인 후 불을 끄고, 믹싱볼을 올려놓고 중탕을 하며 설탕이 녹을 때까지 섞어준다. 너무 높은 온도로 하면 계란이 익어버리는 참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계란에 손을 넣었을 때 미지근~하다 싶은 정도의 온도에서 섞어주면 되겠다.

     

     

     

    이제 박력분과 전분을 미리 체에 쳐 고운 상태로 만들어둔다. 휘핑한 계란에서 공기가 빠져나가기 전에 바로 투하해야 하기 때문에, 휘핑하기 전에 미리 가루들을 곱게 만들어두면 편하다. 체에 치는 과정을 3번 정도 반복해주자.

     

     

     

     

    이제 계란물을 휘핑해줄 차례.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를 밑에 계속 받춰 둔 채 거품기로 휘핑해준다. 언제까지? 

     

     

     

     

    위 처럼 반죽이 흘러내려 3초 정도 형태를 유지할 때 까지.

    사실, 위의 모습도 휘핑이 조금 부족한 상태다. 숙련된 분이라면 저것보다 묽게 해도 무방한데, 가루를 넣고 섞는데 스킬이 부족한 사람들(= 나)은 나처럼 조금 단단하게 휘핑해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거품기의 회전속도를 가장 느리게 해 둔 상태에서 부드럽게 저어준다. 계란물의 공기방울을 고르게 해주는 작업인데, 이걸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모양을 망칠 수도 있다. 표면이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될 때 까지 고르게 섞어주자.

     

     

     

     

    드디어 밀가루를 섞어줄 차례.

    미리 2~3번 체에 쳐 준 박력분과 전분을 (혹시 모르니까 한 번 더 체쳐주고) 넣고 섞어준다.

    섞을 때 유의할 점은, 'J'자 모양을 그려가며 벽을 긁어 살살 섞어주는 것이다. 마구 치대지 말고, 반죽으로 가루를 포장한다? 는 느낌으로 섞어주면 되겠다. 너무 많이 섞지 말고, 한 4~50번 정도 속으로 세어가며 섞어주자. 초보자는 닥치고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다 되었으면 반죽 밑바닥을 들춰보며 가루가 남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주도록 하자.

     

     

     

     

    이제, 미리 중탕해 둔 버터+우유+코코아파우더 그릇에 약간의 반죽을 덜어넣고 섞어준다. 바로 넣게 되면 섞는데 오래 걸리게 되고, 결국 애써 넣은 공기를 다 빼버리는 꼴이 된다. 저렇게 미리 덜어넣는 반죽을 '희생 반죽'이라 카더라.

    고르게 섞였다면, 유산지를 깔아둔 케이크 틀에 부어주고 바닥에 3~4번 탕! 탕! 쳐준 뒤(큰 공기방울을 미리 빼주는 과정)  미리 165℃로 예열해둔 오븐에 30분 가량 구워준다. 

     

     

     

    반죽이 다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젓가락으로 콕 찔러보자. 만약 묻어나오면 더 구워주어야 하고, 안 묻어나오면 잘 구워진거다. 

    오븐에서 반죽을 뺐을 때 꼭! 해주어야 할 작업이 있다. 바로 앞서 했었던  공기 빼주기! 

    케이크 틀에 담긴 채로 제누와즈를 바닥에 쾅! 쾅! 3~4번 떨어뜨려주자. 안에 있는 뜨거운 공기를 미리 빼주는 작업인데, 이걸 하지 않으면 식으면서 빵이 푹 꺼지게 된다. 뜨거워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큰 충격으로 가스를 미리 제거해주면 크기도 줄어들지 않고 모양이 이쁘게 잡힌다.

     

     

     

    제누와즈 언박싱(?). 바로 먹을 거 아니면 유산지는 수분 유지를 위해 떠어버리지 않는 편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위 처럼 유산지를 떼어버리면 식을 때 말라버린다. 크림을 바르기 직전까지 절대 시트지를 떼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나처럼...

     

     

     

    이제 시트를 3개로 나눠 자른 뒤, 각 시트에 시럽과 초코크림을 바르고 글리사주(초코 범벅)을 들이부어주면 끝이다.

    초코크림과 글리사주를 만드는 과정은 좀 복잡하고 중요해서, 밑에 첨부한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는 것을 권장한다. 절대 포스팅하기 귀찮아서가 아니야...

     

     

     

     

     

     

     


     

    - Finish -

     

    "제모옥은... 고급 전주 초코파이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초콜릿 500g을 곁들인"

     

    왜. 뭐.

    어차피 난 비주얼을 포기했다. 맛만 있으면 되지 않은가. 저게 전주 초코파이로 보이던, 처참하게 녹아버린 초코푸딩으로 보이던,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장식들이 뭔가... 산만하다.

     

    솔직히 신경이 안 쓰일 리 없잖아.

     

    부리나케 화이트 초콜릿을 녹여서 장식을 대충 만들어 올린다.

    최대한 노력했다고 느낄 수 있게, 케이크에 이것 저것 덕지덕지 얹는다. 비주얼은 이미 포기했기 때문에 뭔가 신경썼다는 걸 티 낼 수만 있다면 금가루라도 뿌렸을 것이다.

     

     

     

     

    시식평: "오... 바깥에서 파는 맛인데??"

     

    그래야지. 저걸 만드느라 내 하루를 할애했단 말이다.

    케이크 시트 사이사이와 겉면에 초코크림을 발라주고, 그 위에 진ㅡ한 초콜릿을 덮어 진한 맛을 자아냈다.

    무엇보다도 시트가 거의 젖을 정도로 시럽을 축축하게 발라준 탓에, 빵과 크림이 걷돌지 않는 부드러운 식감을 살릴 수 있었다. 내가 먹어도 이번 케이크는 진짜 존맛탱이었다.

     

     

     

    케이크는 시간이 지날 수록 맛이 좋아진다. 

    초콜릿을 덮은 케이크 특성상 냉장보관해두었다가 다음 날 커피와 함께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결국 저 화이트 초콜릿은 장식으로서의 기능만 했다고 한다. 너무 달아...

     

    이번 생일케이크 소동은 주인공의 흡족한 표정으로 마무리됐다.

    동생이 다음 달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길래, 5만원 권 1장을 봉투에 넣어 찔러줬다. 케이크만 주면 정 없지.

    다른 형들은 동생에게 막 옷이나 신발 같은 거 사준다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동생에게 제대로 된 선물 하나 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번 생일날 신경써주고 싶었다.

     

     

    서먹한 두 형제는 오늘도 평화로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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