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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들이 있다.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3. 27. 16:16
No.1 In F Minor BWV 1056 - 2nd Movement 'Largo' 가끔씩, 영원히 기억하고픈 순간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어떻게든 두 눈에, 가슴에, 뇌리에 새겨두고자 잠시 멈춰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순간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순간조차 바로 어제 일어났던 일인 양 그 날의 감정, 향기, 온도, 촉감 하나 하나가 생생하기를 간절히 빌던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이 새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도, 세상이 눈물에 잠기고 무너져내리기도, 살갖을 애는 분노에 전율하기도 했던 나날들. 시간이 지날 수록 풍화되어 옅어지고 희석되는 기억의 덧 없음을 한 없이 증오하고 원망하며 황망히 천장만을 쳐다보곤 한다. 유성 빛 무지개를 띄며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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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근이 어디있는지 알겠더라구... [달고나 커피]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3. 24. 10:30
전역 전 휴가를 나온 말년 병장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휴가를 나왔어도, 이건 뭐 전역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완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시간은 많고, 할 건 없고(그렇다고 공부는 하기 싫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있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던 중, 눈에 들어온 이것.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진 요즘, 외출을 자제하는 '방구석 인싸'들이 너도 나도 앞다투어 만들어봤다는 이른바 'OO번 저어 만든 커피' 달고나 커피 되시겠다. 본의아니게 코로나 덕에 남들에게 변명하지 않아도 되는 '합법적 집돌이'가 된 본인으로서, 이미 유행이 지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뒤 늦게 방구석 인싸 대열에 합류해보고 싶었다. 달고나 커피 B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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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6] 그 모습도 나에요.군필까지 D-100 (완) 2020. 3. 2. 00:02
예전에 심한 자기 혐오에 빠진 적이 있었다.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 나의 본 모습을 철저히 숨겨야만 했고, 내 감정 조차도 오로지 관계를 위해 스스로를 속여야만 했다. 사람들이 내 본 모습을 알아채면, 모두 내게서 멀어질까봐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마음 속에 하나씩 하나씩 가면을 깎아 만들기 시작했다. 군대 특성상 모든 일상이 타인과 공유되기에, 나는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순간 조차 가면을 벗을 수가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면의 두께는 두꺼워져만 갔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날 거울을 봤는데, 문득 내 모습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나는 너무나 '나'이고 싶었는데, 지금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더라.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나의 본 모습 조차 헷갈렸다. 보이는 건, 수 많은 가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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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0] 먹고 싶은 거군필까지 D-100 (완) 2020. 2. 27. 23:58
아아... 코로나때문에 부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됐고, 심지어는 배달음식도 금지됐다. 휴가 나가기 전까지 매 달 한 번 나가는 외박으로 심신을 달랬었는데... 지금은 바깥은 커녕, 한 달 넘게 바깥 음식을 못 먹게 생겼다. 지금 넘모 먹고 시픈 것들.list 닭강정 우리 집 도보 15분 거리에 '행복한 닭강정'이라는 조그마한 닭강정 집이 있다. 본인은 닭강정에 환장을 하는 고로 웬만한 닭강정은 다 먹어보았는데, 이 집 보다 맛있는 곳은 아직 못 봤다. 달짝지근하고 진ㅡ한 소스에, 숟가락으로 두드리면 '톡 톡' 소리가 날 정도의 극강의 바삭함. 입 안에 넣고 껍데기를 부수면, 육즙 가득 부드러운 닭다리살이 만족스럽게 입을 채워주는, 그런 닭강정. 닭강정 한 입, 차가운 맥주 한 모금 크으ㅡ 양꼬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