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D-76] 그 모습도 나에요.
    군필까지 D-100 (완) 2020. 3. 2. 00:02

     

     

     

    예전에 심한 자기 혐오에 빠진 적이 있었다.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 나의 본 모습을 철저히 숨겨야만 했고, 내 감정 조차도 오로지 관계를 위해 스스로를 속여야만 했다.

    사람들이 내 본 모습을 알아채면, 모두 내게서 멀어질까봐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마음 속에 하나씩 하나씩 가면을 깎아 만들기 시작했다.

    군대 특성상 모든 일상이 타인과 공유되기에, 나는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순간 조차 가면을 벗을 수가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면의 두께는 두꺼워져만 갔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날 거울을 봤는데, 문득 내 모습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나는 너무나 '나'이고 싶었는데, 지금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더라.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나의 본 모습 조차 헷갈렸다. 보이는 건, 수 많은 가면들 뿐이었다.

     

    진짜, 너무 서럽고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가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가면이 아니라 또 다른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라온 환경도, 가치관도, 성격도 다른 수 많은 인격체들과 교류하기 위해 나는 나름의 생존 방식을 터득해온 것이다.

    사람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타인과 언어가 다르고 몸짓이 달라 다가가기 어려웠기에

    나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배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나'이지만, 당신이 본 그 모습 또한 '나'입니다.

     

     

     

     

     

     



     

     

     

     

     

     

    댓글

Published by ⓒEg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