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4] 코로나가 부대로 쏘아올린 스노우볼

 

 

전역까지 세 달 남짓 남은 말년 병장 달걀쓰.

그는 눈물을 머금고 악착같이 모으고 또 모은 휴가로 남은 말년을 녹이고자 했다.

3월 중순에 14일 정도 나갔다가 복귀 후 일주일 참고, 또 14일 나갔다가 복귀 후 하루 참고, 바로 말출 15일. 참으로 훌륭한 계획이었다.

 

 

 

 

 

 

 

 

...?

 

 

 

 

 

 

 

'쓰읍'

 

 

이미 나는 1년 반이 넘는 군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통수를 통해 '인생은 절ㅡ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이미 배운걸 왜 이런 식으로 또 다시 복습을 해야 하는데? 응? 응?)

 

그 망할 살아있지도 않는 단백질 덩어리 따위가 내 휴가계획을 어그러뜨릴 줄이야.

 

어쨌든 저쨌든, 지난 20일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면회/외출/외박/휴가' 4종세트를 병사 간부를 막론하고 금지시켰고, '전역을 앞둔 병사의 휴가는 부대복귀 없이 전역할 수 있도록 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되면, 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휴가가 43일이고 전역일이 5월 16일이니까 휴가를 싹 다 뒤로 밀면

...사실상 내 전역일은 5월 16일이 아니라 4월 5일이 되는 거다.

 

 

휴가를 조각모음당해 갑자기 체감 전역일이 가까워지니까, 뭔가 마음이 급해졌다.

입대 전 나는 군생활동안 책도 많이 읽고, 진로도 찾고, 전역 후의 마스터플랜도 짤 것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멋대로 휘갈겼고, 그 후 아직까지도 군생활이 80일도 더 남았다며 빈둥빈둥거린 본인으로서는 졸지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적어도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전역을 했을 때, 사람들에게 '적어도 난 이만큼 했어'라고 부끄럽지 않게 말하고 싶다.

 

그러려면, 서둘러야한다. 

 

 

 

 

망할 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