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D-97] 휴가를 나오긴 했는데 말이지
    군필까지 D-100 (완) 2020. 2. 9. 17:12

     

    휴가를 나올때마다 직면하는 딜레마 두 가지.

      

     


    빡빡한 휴가 VS 널럴한 휴가


     

    전자의 경우-

    나오기 전 "어떻게 딴 휴가인데! 피 같은 내 휴가, 알차게 보내주갓서"

    나왔을 때 "...네? 벌써 휴가 5일째라고요?"

     

    자넨 휴가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후자의 경우-

    나오기 전 "저번 휴가때는 너무 빡셌어. 이번엔 느긋하게 보내야지"

    나왔을 때 "(떨리는 손) 뭐라도... 뭐라도 해야되는데... 피 같은 내 시간..."

     

    복귀 전 날 새벽 3시.jpg

     

     

    지금까지 휴가를 6번 정도 나왔지만, 단 한번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떻게든 보람찬 휴가를 보내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계획을 세우면, 뭔가 한 건 많은데 기억에 남는 건 없고. 매일매일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감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막상 돌아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만 남는다.

     

    그렇다고 널럴하게 보내면, 초반엔 휴가도 많이 남았겠다 FLEX하는 기분으로 폐인의 삶을 즐기지만

    문득 정신차렸을 때의 후폭풍은 매미급. 휴가 하나 따겠다고 아등바등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무고한 시간을 죽인 죄책감에 휩싸인다.

    뒤늦게 뭐라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여기저기 쏘다니지만, 초조한 마음에 뭘 해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채 하루가 또 저문다.

     

    휴가를 길게 나오면 해결될까 싶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휴가의 길이'가 아니라 내 신분이니까.

    만박을 나오던, 빡세게 계획을 세우던, 느긋하게 보내던 어차피 나는 돌아가야 할 몸. 당장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언젠가 귀찮은 일과 속에서 이 순간들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생각을 바꿔야 될 듯 싶다.

    휴가도 돌아갈 일상이 존재해야 휴가인 거다. 일상 없는 휴가는 생산성 없는 무의미한 시간들 아닌가?

    한 달 동안 고생했고, 나는 그 대가로 자유를 누리고 있다. 또 한 달을 버티면, 또 자유가 기다린다(문제는 그 한달이지).

     

    난 후회없다... 난 후회없다... 난...

     

     

     

     

    아... 그냥

    전역이 답이다.

    댓글

Published by ⓒEg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