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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83] 전역하면 할 것들
    군필까지 D-100 (완) 2020. 2. 23. 16:35

     

     

    어느 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본인은 문득 정년퇴직을 앞 둔 60대 중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대략적으로라도 전역 후의 인생설계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그런 조바심?

    이렇게 매일 매일을 아무 생각 없이 보내다가는, 내 남은 청춘도 아무 생각 없이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삶이란 정말 매력적이다. 걱정도 없고, 갈등도 없고. 하루 하루를 고사관수도 처럼 마냥 멍때리면서 사는 삶,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부잣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 때 되면 밥줘, 똥 치워줘, 아무것도 안 해도 귀여워. 지능도 낮아서 번뇌 따위 없이 강 같은 평화를 누릴 것이다. 물론, 중성화 수술은 감수해야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고,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삶을 영위하기엔 세상은 너무 험하다.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할 줄 알아야 밥 빌어먹고 살지 않겠나.

     

    이 같은 연유로, 나는 전역 후 할 잡다한 것들을 여기에 글로써 남기기로 한다. 머릿속으로 주구장창 생각만 하다간 내 성격 상 진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테니 글이라도 남겨놓는다는, 그런 취지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여행

     

     

    작년 방영했었던 tvN 예능 <스페인 하숙>에서도 나왔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800km나 된다고 하는 이 순례길은 과거 9세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고, 그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삼으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적어도 일정을 한 달 이상 잡아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800km의 여정에서 마주치는 자연경관과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주는 매력 덕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고 한다.

     

    나는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하는 뚜벅이라, 입대 전 평소에도 길게는 4시간 씩 집 근처 하천 산책로를 따라 걷곤 했다. 걸을 때 마다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생각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하지 못했던 진지한 생각을 실컷 할 수 있어 취미로 삼았었다. 그런 내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죽기 전에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늦기 전에 꼭 도전해야겠다.

     

     

    두 눈으로 직접 오로라 보기 / 북유럽 배낭 여행

     

     

    무거운 배낭 하나 들쳐메고 떠난 빌 브라이슨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이 책을 내가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단언컨데 내 '최애' 책 중 하나다. 정말 논스톱으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던 것 같은데, 빌 브라이슨의 필력은 진짜 최고다.

     

    "(...) 좁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섬광이 광활한 돔형의 하늘을 가로질러 휩쓸고 지나가더니, 비행운처럼 그 자리에 걸렸다. 때로는 별똥별처럼 반짝이며 하늘을 날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게 빙빙 돌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파이프를 물고 책을 읽으실 때 파이프에서 나른하게 뿜어 나오던 담배 연기처럼 말이다."

    "(...) 섬뜩한 점은 그 변화가 모두 쥐죽은 듯 조용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려면 '웅'하는 낮은 소리나 정전기 소리라도 나야 할 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 거대한 에너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소진되는 것이다."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p45~46

     

    책 소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고, 여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로망스가 생겨버렸다. 금빛에 둘러쌓인 하얀 뾰족집 마을을 뒤로한 빽빽한 파인트리 숲속 어딘가에서, 나 홀로 텐트를 치고 뜨거운 커피 한잔과 함께 무섭도록 신비로운 저 오로라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밤을 새는거다.

     

    이러한 내 환상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tvN 예능 <꽃보다 청춘 ICELAND>.

    언젠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오로라 보러 가야겠다.

     

    "...저랑 오로라 보러 갈래요?"
    크으ㅡ

     

     

    에버랜드 아르바이트

     

     

    은둔자 속성에 소라게의 외향성을 겸비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넘사벽일 수 밖에 없는 에버랜드 아르바이트.

    나는 본성이 사람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인지라,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싸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사소하지만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 성격을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당장은, 솔직히 내가 인싸들의 알바로 유명한 에버랜드 아르바이트를 할 수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것저것 하면서 성격을 바꿔나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25살 이상부터는 거의 뽑지 않는다는 건데... 9개월 안에 할 수 있을까...

     

     

    고백해보기

     

    사실,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정말 청춘 그 자체였고, 봄이었고, 여름이었다. 같이 있으면 내게서 그늘이 질 정도로 밝은 그녀였다.

    하지만, 결국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이렇다 할 메세지도 주지 못하고 입대했다.

     

    어쩌면 내게 고백이란 그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계속 수정을 하면서 추가해 나갈 예정. 나중에 이룬 것이 있다면, 리스트 옆에 변화를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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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Egg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