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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들이 있다.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3. 27. 16:16
No.1 In F Minor BWV 1056 - 2nd Movement 'Largo'
가끔씩, 영원히 기억하고픈 순간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
어떻게든 두 눈에, 가슴에, 뇌리에 새겨두고자
잠시 멈춰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순간들.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순간조차
바로 어제 일어났던 일인 양
그 날의 감정, 향기, 온도, 촉감 하나 하나가 생생하기를 간절히 빌던 순간이 있다.모든 것이 새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도,
세상이 눈물에 잠기고 무너져내리기도,
살갖을 애는 분노에 전율하기도 했던 나날들.시간이 지날 수록 풍화되어 옅어지고 희석되는
기억의 덧 없음을 한 없이 증오하고 원망하며
황망히 천장만을 쳐다보곤 한다.유성 빛 무지개를 띄며 방울방울 떠다니다
어느 날 파파팟ㅡ 터져버리는 그 날의 기억들.
그 순간 그 때의 기억을 지녔던 그 날의 '나'도
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이별이 익숙치 않은 나는
그래서 흔적 남기기를 좋아하나보다.생의 마침표를 찍을 때 내가 두려워할 것은
비단 죽음이 아니라
나를 이루었던 수천 수만의 기억이
흔적도 없이 방울처럼 사라지리라는 참담함이 아닐까.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그래서
영원히 잊혀지기 싫어 사람들을 좋아하나보다.#뜻밖의 현타'주저리 주저리 > 사색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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