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흔적을 남기는 것에는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6. 18. 02:30
나는 그리움이 많은 사람이다. 문득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지 않으면 꽤 우울하다. 아무리 당시에 행복했다는 기억이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그 날의 촉감, 향기, 느낌과 같은 감각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기억은 내게 흑백처럼 다가온다. 향을 잃은 조화처럼. 그래서 나는 어떤 식으로라도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그 흔적을 단서 삼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으니까. 가령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거나.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것도 했었다. 군대에 입대했을 때 처음 먹었던 식단에 '단감'이 있었다. 여러 의미에서 끌려온 상태라 갓 입대한 그때의 나는 상당히 센치해진 상태였고, 단감을 먹고 난 뒤 남겨진 씨앗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 그래서 ..
-
주저하는 그대에게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6. 17. 01:53
누구나 인생은 1회차다. 그 누구도 예고편을 보지 못했고, 연습도 하지 못했으며, 살아갈 세상에 대한 언지 조차 듣지 못했다. 우리는 그저 태어났고, 살아간다. 시간이 되어 저절로 삶의 의미가 찾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취미를 즐기며, 어떤 목표로 인생을 살아갈지 때가 되어 알 수 있다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때란 없다. 그저 시간을 축 삼아 걷고 또 걸으며,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또 갈등한다.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해야 성공할 지, 무엇을 해야 굶지 않을 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되뇌이지만, 돌아오는 대답 없이 그저 애석한 세월만 흐를 뿐이다.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있지만, 망할 놈의 우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고, 얼마나 파야 나..
-
'키워봐요! 바질의 숲' (스위트 바질 키우기)있어빌리티 라이프/나 이거 만들 줄 알아 2020. 5. 31. 15:40
이 블로그를 예전부터 알아온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취미를 가지고 있는 지 알 거다. 정답: 일 벌이기 음식 만들기. 파스타 같은 향신료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양식을 만들 때마다, 항상 가지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생 허브'. 나는 항상 말린 바질이나 파슬리, 오레가노를 써왔었다. 그런데 언젠가 부모님께서 생 바질을 사 오셨길래, 조금 썰어서 넣어보니 이거슨 신세계...! 비주얼은 물론이고, 음식의 향 자체가 달라지더라. 방송에서도 셰프들이 굳이 집에서 싱싱한 허브를 키우는 이유가 있었다. 갓 재배한 파릇파릇한 허브를 잘게 다져서 향을 끌어올리고, 마지막 플레이팅에 어린 잎 하나를 뿅! 하고 올려놓으면 그게 그렇게 있어보이더라구. 그래서 샀다. 산책 겸 집 근처에 있는 꽃집에 가서 둘러보는데, 저..
-
뉴욕타임즈, 유료구독을 하라고...? ("삑- 환승입니다")어 나 이거 알아/뉴욕타임즈에서 전해드립니다: 2020. 5. 30. 12:11
세 줄 요약: NYT: "한 달 지났으니까 돈 내고 구독 해" 구독 경험자들 후기: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랬어요..." "삐빅- 환승입니다" 예전부터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들락날락거리게 된 뉴욕타임즈. 보통 언론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유롭게 기사를 볼 수 있으니까, '고퀄리티의 영어문장도 얻고 세계적인 소식도 얻고 완전 개꿀이자나?' 싶어 시작한 것이 벌써 어언 한 달... 오늘 아침도 포스팅 공부를 위해 눈팅을 시작하려던 찰나. 갑자기 로그인을 하라는 화면이 뜨더니, 로그인을 하라니까 한 달 무료 기간이 끝났단다. 구독을 해야만 앞으로도 계속 기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보통 언론사 사이트는 무료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싶어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