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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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혼자 떠나다 in Jeju. ✈ [Intro]주저리 주저리 2021. 9. 28. 02:36
거진 1년 만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힘들었고, 그랬다. '최선'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구멍이 뚫리도록 꾸욱 꾹 눌러 써가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그저 시간만을 믿으며 묵묵히 걸었다. 8월. 감사하게도 바랬던 것들 대다수가 이루어졌고, 나는 익숙한 번아웃에 빠졌다. 그렇게 4주를 와식생활로 보내다가 점차 '막학기'라는 현실이 강하게 자각되면서, 다소 합법적 성격을 띠는 이 방탕한 생활도 9월을 마지막으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슬슬 좀이 쑤시던 참이었다.) 타지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매번 부산행 KTX를 탈 때마다 '아, 그냥 내리지 말고 부산으로 쭉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래서 인턴을 마치고 부산으로 혼자 여행이나 갈까 했었다. 그러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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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8. 24. 01:19
20年 8月 23日 (日) 저는 잘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우리가 이렇게 갈라져야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으며 물었던 안부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저는 잘 있습니다. 잘 있나요. 당신이 무엇을 입었고, 무슨 표정을 지었으며, 만났다면 또 무슨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서로 늘어놓았을 지 이렇게 궁금하고 또 그리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문자도, 전화도, 그 무엇도 당신의 안부를 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불완전합니다. 보고싶어요. 옆에 있지 않아도, 그냥 같은 공간에만 있을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말이 없어도,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넬 수만 있다면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무엇이 됐든, 지금보다는 한 없이 나으니까요. 일상이 너무 그립습니다. 당신이 너무 그립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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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8. 4. 02:27
불 꺼진 방, 닫혀있는 방문. 새벽 빛 처럼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 깊은 바닷속 칠흑까지 미처 닿지 못해 오로라처럼 일렁이듯 걸려있는 빛의 잔향처럼 창문으로부터 방 안의 심부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쪽빛 그림자. 월광 아래 모든 것들이 탈색되어 창백히 실루엣으로나마 존재하듯이 방 안은 온통 푸르스름하게, 테두리 없이 단색으로서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방문 너머로 가만가만 들려오는 TV소리, 창문 너머로 조금씩 잦아드는 빗소리와 양철 창틀을 두드리는 낙숫물의 금속성 파열음. 노면의 물웅덩이를 가르는 타이어, 멀거니 들려오는 힘겹게 토해내는 듯 한 버스의 배기음. 이미 식어버린, 달곰하니 향긋한 밀크티를 머금고 검푸른 천장의 실루엣을 응시하며 가만히 누워있자니 문득 3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의 순간이 다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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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해서주저리 주저리/사색노트 2020. 6. 21. 00:19
왜 그리 맘 졸이고 사나. 계획한 것 하나 번듯하게 제대로 하는 일 없고 오지도 않은 내일을 보증 삼아 끊임없이 타협하고. 그래서 그렇게 스스로가 한심했나. 후회하고, 자책하고, 스트레스 받고. 그래, 항상 쫒기듯 살아보니 어떻든. 안 되던 일이 되고, 하는 일이 모두 쉽게 풀리던가. 남들과 너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비난하고 힐난하면 상황이 좀 나아지냔 말이다. 스스로가 그리도 못 마땅한가. 대체 넌 스스로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잣대가 그렇게 엄격한가. 너도 다른 사람처럼 실수하고, 미루고, 타협하고, 실패하는거다. 남들이 일상 속에서 숱하게 하는 것들을, 도대체 왜 너는 해선 안되나. 그게 그렇게 비난할 일인가. 너는 초인도 아니고, 성자도 아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 또한 아니다. 너는 그저, 지극히 ..